냄새의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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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각시탈 조회 13회 작성일 2021-02-05 15:53: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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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집배원 문태준의 시배달 - 차주일,「냄새의 소유권」 (낭송 : 차주일)

차주일,「냄새의 소유권」

밤 11시 넘어 반지하 철문을 연다. 보증금 천에 월세 사십의 집주인은 냄새다. 11년째 바뀐 적 없는 이 집의 주인이 되어보려고, 미장이며 방수 전문가까지 불러봤으나, 냄새는 도무지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오히려 냄새는 두 딸과 아들과 아내와 나를 여지없이 불러들였다.
다섯은 골방에 틀어박혀 서로에게 자유를 배려했다. 이곳에서는 늘 같은 일만 반복되므로, 대화 따위로 서로 시간을 빼앗지 않았다.
둘째가 개인 수건 일곱 장을 달라며 투덜거렸다. 레인보우하이펠리스에 사는 친구를 따라가 층운이 다른 구름냄새를 묻혀온 날이었다.
첫째가 그 구름을 찾아나섰다. 남아 있는 넷이 며칠간 불안해한 것은 평소와 다른 냄새 때문이었다.
가출에서 돌아온 첫째가 수건에 얼굴을 묻고 질기게도 울었다. 수건 한 장을 같이 사용하던 넷은 믿었다, 첫째가 돌아온 이유가 수건 냄새 때문이라고.
다시 다섯의 얼굴 냄새를 발효하는 수건 한 장이 깃발처럼 걸렸다. 집안은 예전처럼 지워지지 않는 냄새로 평화로워졌다. 다섯이란 말이 우리로 바뀌었을 뿐이다.

● 시·낭송 : 차주일 – 1961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출전 : 『현대시학』 2008년 9월호

식구 가운데 누군가는 씻은 손을 닦고, 누군가는 우는 얼굴을 닦고, 누군가는 젖은 머리카락을 말렸을 수건. 마를 겨를이 별로 없었던, 음지처럼 이끼처럼 축축한 수건. 지하처럼 꿉꿉하고 냄새가 구린 수건.
그리고 그런 수건 같은 집. 그런 수건 한 장을 같이 사용하는 집. 그런 수건 한 장에서 나는 냄새가 소파처럼 눌러 앉은 집. 그런 집에 달라붙은 냄새에 대해 유일하게 소유권을 내세우는 식구들.
그러니 식구는 냄새의 혈맹 아닌지요. 냄새는 몸 밖에 내놓아도 내 몸 아닌지요. 자꾸만 안겨드는. 조용하게 슬픈.

​2009. 11. 9 문학집배원 문태준
●사이버문학광장(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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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광장] 차주일, 「냄새의 소유권」 (낭송 차주일)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2009 문태준의 문학집배원 '냄새의 소유권 - 차주일'

사이버문학광장 문장 2009 문태준의 문학집배원 '냄새의 소유권 - 차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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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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